그래픽 메모리: (1) 그래픽 메모리는 뭐가 다를까?
HBM에 대한 글을 쓰려고 해보니 그래픽 메모리에 대한 이해부터 먼저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그래픽 메모리에 대해서 짧은 글을 써두려고 합니다.
아주 예전으로 시간을 되돌려보면, 그러니까 개인용 컴퓨터 (PC)라고 부르는 제품이 세상에 존재하기 이전에는 컴퓨터에서 제대로 된 그래픽을 구현한다는 것은 사치에 가까웠습니다.
스마트폰을 켜고 즐길 수 있는 3D 그래픽은 말 그대로 상상속에서나 가능했고 프로그램 코딩이나 명령어를 주고받기 위한 시커먼 화면에 몇몇 글자가 전부였는데요. 화려한 그래픽을 즐길 수 있게 해준 현재의 그래픽 메모리가 되기까지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 최초의 그래픽 메모리
1970년대 컴퓨터에서 그래픽이 나오는 기기는 콘솔 게임기가 유일했습니다.
게임기라고 해서 컴퓨터와 구조가 크게 다른 것은 아니며, 오히려 중앙처리장치 (CPU, Central Processing Unit ), 메모리 등에서 컴퓨터가 사용하는 것과 별 차이가 없었죠.
따지고 보면 지금도 마찬가지 입니다.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마이크로소프트 엑스박스 원 등은 모두 x86 기반 CPU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래픽 처리 장치 (GPU, Graphics Processing Unit)도 PC에서 사용하는 것과 동일한 제품입니다.
1-1. 닌텐도의 첫 콘솔 게임기부터 IBM의 PC 등장까지
닌텐도의 첫 콘솔 게임기인 패밀리컴퓨터, 1975년 아타리 퐁, 1976년 애플의 애플I, 1976년 IBM PC가 하나씩 등장하면서 서서히 일반 사용자도 PC라는 기기에서 그래픽을 조금씩 즐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문제는 PC 대중화에 물꼬를 트게 만든 IBM PC의 그래픽이 애플과 비교해 워낙 뒤떨어져 있었던 것 입니다.
1-2. IBM의 첫 그래픽 카드
IBM의 호환 PC는 ‘Monochrome Display Adapter(MDA)’라는 일종의 그래픽카드를 썼습니다. 글자 몇 개 출력하는 것이 전부였지만 그래도 ‘그래픽’이라는 요소를 담았기에 의미가 있습니다.
이후 그래픽카드는 ‘Color Graphics Adaptor(CGA)’→‘Enhanced Graphic Adaptor(EGA)’→‘Video Graphics Array(VGA)’ 순으로 발전합니다.
저마다 특징이 있지만 발전의 가장 큰 요소는 ‘해상도’와 화면에 나타낼 수 있는 ‘색의 수(발색수)’가 늘어났다는데 있습니다. 지금이야 풀HD는 물론이거니와 울트라HD(UHD)도 흔한 세상이었지만 당시에는 VGA 기준으로 640×480픽셀에 16색을 표현하는 것이 고작이었습니다.
해상도와 발색수가 제한적이었던 가장 큰 이유는 메모리가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IBM PC를 설계한 엔지니어는 주메모리 용량을 640킬로바이트(KB)로 설정했습니다. 요즘 웬만한 사진 한 장 용량이 수십 MB를 넘어가고 동영상은 1GB 이상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정말 작은 용량입니다.
마찬가지로 지금이야 차고도 넘치는 충분한 용량의 메모리가 있지만 예전에는 가격이 너무 비싸서 마음껏 용량을 늘리지 못했습니다. 주메모리가 이런데 그래픽 메모리에 사용할 메모리를 장착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사치였죠.
그래픽메모리는 컬러가 처음으로 쓰인 CGA부터 사용됐는데 용량은 16KB이었습니다. VGA에 와서는 256KB로 늘어났죠. 그만큼 해상도와 발색수를 늘릴 수 있게 됐습니다. 주메모리와 같이 그래픽 메모리도 프로세서가 데이터를 담아두고 처리할 수 있도록 해주는 책상 역할을 합니다. 책상이 넓으면 넓을수록 더 많은 데이터를 담아두면서 계산이 이뤄집니다.
2. SG램의 등장
초기에는 비디오카드라고 부른 그래픽카드는 CGA 시절부터 지금과 비슷한 모양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현재 그래픽카드의 버스(인터페이스)가 PCI 익스프레스라면 처음에는 ISA(Industry Standard Architecture)를 썼습니다.
이후 ISA가 8비트, 16비트를 거쳐 EISA(Extended Industry Standard Architecture)로 발전합니다. EISA는 32비트 구조였죠. 이후에는 PCI(Peripheral Component Interconnect)로 완전히 넘어갑니다. 이 와중에 그래픽카드는 2D뿐 아니라 3D 그래픽을 가속해 처리하면서 각종 특수효과까지 덧붙일 수 있도록 진화합니다.
메모리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요? PC는 MDA부터 VGA까지 PC는 XT를 거쳐 AT(286)→386→486으로 업그레이드됩니다. 그리고 인텔 펜티엄이 나오면서 본격적인 32비트 CPU 시대가 열리죠.
이런 와중에서도 그래픽카드 메모리는 주메모리와 마찬가지로 별다른 변화가 없었습니다. 여전히 전통적인 D램을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속도도 주메모리와 같이 보조를 맞췄고 이런 형태는 EDO(Extended Data Out) D램까지 계속해서 이어집니다.
변화는 쳉랩(Tseng Lab, TLI)이라는 업체에서 ‘ET6000’ 그래픽 칩셋(GPU 개념이 자리 잡기 이전)을 내놓으면서부터 시작됐습니다.
TLI는 XT 시절부터 그래픽카드를 만들어왔는데 ET6000부터는 모시스(MoSys)의 MD램(Multibank DRAM)을 적용해 저렴한 가격에 빠른 속도의 메모리를 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멀티뱅크라는 말처럼 여러 개의 뱅크, 바꿔 말하면 32KB 용량의 작은 메모리를 집적해 구성되어 있죠. 예컨대 2MB의 MD램이라면 64개(2048KB÷32=64)의 뱅크를 사용한다고 보면 됩니다. 2D 그래픽 처리에는 우수하지만 3D 그래픽에는 적합하지 못한데다가 곧바로 SG램이 나오면서 자취를 감춥니다.
SG (Synchronous Graphics)램은 본격적인 그래픽 메모리의 발전을 가져다준 제품입니다.
주메모리로 부각된 SD(Synchronous)램의 그래픽카드용 버전으로 3D 그래픽의 보다 원활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Z버퍼(어떤 물체가 그려질 때 만들어진 픽셀의 깊이 정보)를 지원했습니다. SD램은 곧바로 DDR(Double Data Rate) SD램으로 대체됐고 SG램은 GDDR로 이름을 바꾸고 함께 발전해나갑니다.
다음 포스팅은,
2025.03.03 - [반도체 이야기/인사이트] - 그래픽 메모리: (2) 그래픽 메모리와 GDDR의 핵심 기술
그래픽 메모리: (2) 그래픽 메모리와 GDDR의 핵심 기술
지난 글에서는 그래픽 메모리가 무엇인지, 언제부터 우리는 그래픽 메모리를 상용화하여 쓰게 되었는지에 대한 글을 써보았습니다. 궁금하신 분은 아래 글을 참고해주시면 좋겠습니다. 2025.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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